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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재외동포청장은 본질을 봐야

‘무사안일, 복지부동’.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하는 업무 자세를 일컫는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다른 이유를 들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공무원에게 많이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이기철 초대 재외동포 청장이 미국을 다녀갔다. 그는 지난 8월 8일부터 뉴욕을 시작으로 워싱턴DC, LA를 차례로 방문했다. 각 지역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진 이 청장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주 한인들이 손톱 밑 가시로 토로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과 관련해 국적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으나 18세 3월 말까지 국적이탈 신청을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예외 조항을 활용해 아무 때나 보다 쉽게 국적이탈을 할 수 있게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적법을 다시 고치지 않고서도 외국서 태어나 장기간 거주하고 있고 병역을 면탈할 의도가 없는 경우 등 대여섯 가지 예외 조항을 선의로 해석해 가급적 수용함으로써 국적이탈을 보다 쉽게 허용하도록 제도를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또 “(한인 2세들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국 내 여론이 개선돼야 한다”며 “여론 형성을 위한 전문가 기고와 강연, 그리고 교과서에 재외동포와 관련된 내용을 수록하는 것도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해당 사안의 시급성에 대해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잡초는 뿌리째 뽑아야 다시 잡초가 나지 않는다. 뿌리는 그냥 둔 채 마치 선심 쓰듯 기존 제도를 그대로 운용하겠다는 것은 재외동포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왜 재외동포들이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지, 또 피해를 보는 사람이 병역과 관련한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자도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간과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을 한 번이라도 훑어봤다면 위와 같은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재외동포청이 재외동포에게 시혜라도 베푸는 듯한, 그리고 말로만 재외동포를 위한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려된다.     이기철 청장은 “재외동포청은 무엇보다 재외동포들의 소리를 듣고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게 된다”면서 “핵심 목표는 한인 차세대들이 정체성을 함양하고 조국이 항상 옆에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며 주류사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에게 정말 이런 마음이 있다면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국적법의 완전한 개정 없이 현 제도를 잘 활용하면 된다는 말은 자신이, 또는 재외동포청이나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를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삼모사식 방안을 마치 큰 혜택을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해답은 국적 자동상실을 허용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적법 개정 없이 법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은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국적이탈을 하려면 최소 1년에서 2년이라는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고  그마저 한정된 시간 안에 처리하도록 만들어 놓은 현행법을 그냥 두고 특수 상황에 부닥쳐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만, 그것도 ‘해석’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사람만 국적이탈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갑질하는 것이며 폭력이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의 권익을 위한 기관이어야 한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칼럼 재외동포청장 본질 선천적 복수국적자들 재외동포 청장 국적이탈 신청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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